제주 유일의 마르(Maar)형 화산, 산굼부리
산굼부리는 제주도에 분포된 360여 개의 기생화산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지형적 특징을 가진 천연기념물입니다. 둘레가 2㎞가 넘는 거대한 화구를 가지고 있으며, 제주도의 다른 화산들이 대접을 엎어놓은 듯한 분화구 형태인 것과 달리, 산굼부리 분화구만은 용암이나 화산재의 분출 없이 폭발이 일어나 그곳에 있던 암석을 날려버리고 구멍만이 남게 된 형태입니다.
이러한 화산을 **마르(Maar)**라고 부르는데, 한국에서는 이 산굼부리가 유일하며 세계적으로도 아주 희귀한 화산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화구 내부에 펼쳐진 특이한 식물 생태계
산굼부리는 화구 밑바닥에 틈이 많아 빗물이 모두 스며들기 때문에, 화구 안에는 물이 고이지 않고 독특한 식물 생태계가 분포되어 있습니다. 분화구 내부의 높이와 태양이 비치는 일사량, 일조시간에 따라 난대와 온대 지역이 형성되어 극단적인 식생 분포를 보입니다.
북쪽 벼랑 (햇볕이 잘 드는 곳): 상대적으로 난대 지역을 이루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센달나무 등의 상록활엽수군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층에는 금새우란과 같은 희귀 식물과 자금우, 겨울딸기 등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남쪽 벼랑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 북쪽과는 판이하게 다른 분포를 이루는 상수리나무, 졸창나무, 산딸나무, 단풍나무, 곰솔 등 온대성 낙엽수 군락이 주를 이룹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왕쥐똥나무군락, 상산 군락, 제주조릿대군락, 복수초군락, 변산바람꽃군락 등이 매우 화려하고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생태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습니다.
신비로운 자연과 야생동물의 서식처
산굼부리는 노루와 오소리 등의 포유류를 비롯하여 조류, 파충류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로도 유명합니다.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지만, 특히 봄에는 분화구 밑바닥에서 구름이 형성되어 위로 올라가는 신비로운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쑥부쟁이, 무릇, 용담, 물매화 등 천연색 야생화가 계절마다 피어나 일 년 내내 방문객들에게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명소입니다.